경찰서에서 걸려온 갑작스러운 전화, 그리고 국가수사본부의 출석 알림 카톡
어느 날 오후,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경찰서 00경위입니다. 고소장이 접수됐는데, 조사를 위해 경찰서에 한번 방문해주시죠”라는 말을 들었다. 보이스 피싱인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고소 통보였고, 경찰서에서 직접 연락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황당하고 억울해서 당장 가겠다고 했지만, 경위는 “일정이 있으니 일주일 뒤로 잡자”며 출석 일정을 조율했다.
그 며칠 뒤, 휴대폰 카카오톡으로 ‘국가수사본부 업무 알림’이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안에는 “○월 ○일 ○시 ○○경찰서 출석일 지정되어 있다”는 알람 카톡이었다. 발신자 정보가 정확했고, 메시지도 공식적이었기에 단순 스팸이 아니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내가 정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는 사실이 말이다. 이처럼 수사기관의 첫 연락은 전화 또는 카카오톡 출석 알림 등 여러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 시점부터는 모든 대응을 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경찰 조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전 과정
형사사건의 수사는 대부분 경찰에서 시작된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담당 수사관은 사건 내용을 검토하고, 피의자에게 전화 또는 공문·문자·카카오톡으로 출석요구를 통보한다. 이때 대부분은 구속이 아닌 불구속 수사이므로,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생각보다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가는것! 그것도 피의자 신분으로 가는 마음은 가볍지가 않다.
출석하면 먼저 조사실로 안내받고, 피의자 권리 고지를 받게 된다. 권리 고지에는 “진술 거부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이 포함되며, 이를 종이에 직접 서명하게 된다. 이후 형사는 사건 경위에 대해 질문을 시작한다. 질문은 단도직입적으로 “○○을 했습니까?”, “○○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와 같이 이루어진다.
조사 이후에는 수사관이 진술 내용을 정리한 문서(조사조서)를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거나 인쇄본으로 출력하여 보여준다. 필자의 경우도 경찰이 “내용을 확인해보시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라고 말하며 문서를 건넸다. 실제로 읽어보니 몇몇 문장이 실제 내가 말한 것과는 다르게 정리되어 있었고, 일부 중요한 맥락이 누락된 것도 있었다. 나는 즉시 “이건 제가 말한 내용과 다르다”, “이 부분은 추가해달라”고 요청했고, 수사관은 수정 후 재출력해주었다.
조사서 서명을 하기 직전, 수사관은 “오늘 조사가 인권침해 소지 없이 진행됐는지 확인드립니다. 불편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는 수사 절차의 일부로, 피의자가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았는지를 형식적으로라도 확인하는 인권보호 절차였다. 필자는 “네, 특별히 문제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했고, 그제서야 경찰은 마지막 서명란을 지목하며 진술서를 마무리했다. 이 절차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피의자의 권리와 조사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사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진술의 일관성이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무방하며, 억지로 꾸며서 말하면 오히려 신빙성을 잃는다. 조사 도중 불리하거나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변호인의 조언을 받을 수 있으며, 필요시 조사 일정 변경 요청도 가능하다. 조사 이후엔 진술서 확인서를 작성하며, 최종적으로 조사내용을 확인한 뒤 서명하고 마무리된다.
진술서, 경위서, 증거자료 정리하는 실전 노하우
경찰 조사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증거 자료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조사에 임하지만, 철저하게 정리된 자료 한 묶음이 수사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필자 역시 경찰서에 출석하기 전, 다음과 같은 순서로 자료를 정리했다.
경위서 작성
경위서는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고, 내가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시간 순서대로 간결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문서다. 감정적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고, 일시·장소·행위·상황 변화 등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진술서 준비
진술서는 경찰 조사 시 말로 설명할 내용을 문서로 미리 정리해놓은 자료다. 말하다가 누락되거나 감정이 올라와 표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주요 사실과 입장, 반박 논리, 증거의 의미 등을 글로 정리해 가면 훨씬 유리하다. 실제로 조사 과정 중 조사관이 필자의 진술서를 참고하면서 “이 문장은 그대로 조사서에 넣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거자료 수집 및 정리
- 카카오톡·문자 대화: 대화 시점, 내용, 맥락이 드러나도록 캡처
- 녹음파일: 날짜, 상대방 이름, 발언 요약을 함께 메모
- 사진·영상자료: 보일러 작동 영상, 계약 전 상태 사진 등
- 계약서·공문·내용증명: 서류는 PDF로 스캔하고 종이로도 출력
- 파일 정리: 폴더를 ‘대화’, ‘계약서’, ‘사진’, ‘녹음’ 등으로 나누고 시간순으로 정렬
이처럼 사전에 정리된 자료가 있으면, 조사관도 사건의 실체를 훨씬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고소인의 허위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를 바로 제시할 수 있다.
피의자에서 피해자로: 조사 이후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판단을 받더라도, 그 자체가 끝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경우도 있고, 반복적 괴롭힘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불송치했지만, 고소인은 검찰에 이의신청을 했다. 결국 검찰에서도 ‘증거 불충분’이라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이 과정 자체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그러므로 무혐의 이후에는 오히려 명예훼손, 무고죄, 협박죄 등으로 역고소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이때 경찰 조사 당시 확보했던 증거자료와 조사서, 진술기록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경찰 조사에서 내가 제출한 모든 자료는 열람·등사 요청을 통해 사본으로 받아놓는 것이 좋다.
경찰 조사란 단순히 불안하게 맞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진실을 말하고 나를 방어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이며, 잘만 준비하면 반대로 나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경찰 조사에 임할 때는 절대 당황하지 말고, 논리적·자료 기반 대응을 중심으로 준비하자. 감정이 아니라 기록이 법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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